판매는 계획대로였는데 이익이 더 났다. 생산량은 계획을 넘었고, 창고에는 제품이 쌓였다. 실적보고서에는 ‘생산 증가에 따른 원가 개선’이라고 적혀 있다.

이런 보고를 받으면 다음 달에도 개선된 원가를 적용하고 싶어진다. 생산을 늘린 효과가 확인됐으니 같은 수준으로 가동하면 될 것 같다. 다만 이번 달 팔지 못한 제품이 이미 창고에 있다. 다음 달에도 계속 더 만들 수 있을까.

원가 개선액을 성과로 평가하기 전에 걸리는 대목이 여기다. 아래의 가상 공장에서는 이익이 늘어난 달과 재고를 정리한 달에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다.

이번 달에는 더 만들었다

이 공장은 매달 제품 800개를 만들어 모두 판매할 계획이었다. 개당 변동제조원가는 6만원, 월 고정제조비는 3,000만원이다. 원재료 가격과 생산효율에 변화는 없고, 생산을 늘려도 이 범위에서는 추가 설비나 고정비가 필요하지 않다고 하자.

이번 달에는 1,000개를 만들었다. 고정비 3,000만원을 나누어 부담하는 제품이 많아지면서 개당 고정비 부담은 3.75만원에서 3만원으로 낮아졌다. 변동비 6만원을 더한 개당 평균 제조원가도 9.75만원에서 9만원으로 내려갔다.

생산을 늘리면 제품 한 개당 원가가 낮아진다는 설명은 맞다. 다만 공장에서 발생한 고정비 총액은 여전히 3,000만원이다. 재료를 덜 쓰거나 같은 작업을 더 빨리 끝낸 결과도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평균 제조원가는 실제 발생한 제조원가를 생산량으로 나눈 값이다. 회계상 배부원가와의 차이는 글 아래의 계산 메모에 따로 적었다.

팔리지 않은 200개에도 고정비가 들어 있다

판매는 계획했던 800개에 그쳤다. 생산한 1,000개 중 나머지 200개가 창고에 남았다.

개당 원가가 9만원이므로 팔린 제품의 원가는 7,200만원, 남은 제품의 원가는 1,800만원이다. 앞의 금액은 이번 달 매출원가가 되고, 뒤의 금액은 재고자산으로 남는다. 나중에 이 제품을 팔면 그때 원가가 비용으로 반영된다.

FIGURE 011,000개를 만들고, 800개를 팔았다

총제조원가 9,000만원은 제품이 팔렸는지에 따라 나뉜다.

판매한 800개 7,200만원 이번 달 매출원가

변동비 4,800 + 고정비 2,400

남은 200개 1,800만원 기말 재고자산

변동비 1,200 + 고정비 600

재고에 남는 것은 미판매 제품 200개 몫이다. 그 안에 고정비 600만원도 포함돼 있다. 금액 단위: 만원.

재고에 포함된 1,800만원을 보면 변동제조원가가 1,200만원, 고정제조비가 600만원이다. 제품마다 고정비를 나누어 배부했으니, 아직 팔리지 않은 제품에도 그 몫이 들어 있는 것이다.

계획대로 800개만 만들어 모두 팔았다면 고정비 3,000만원 전부가 이번 달 비용으로 반영됐을 것이다. 그런데 더 만든 제품이 재고로 남으면서 고정비 중 600만원은 아직 손익계산서에 들어오지 않았다.

판매가격과 판매량은 같은데 이익이 600만원 더 나온 이유다. 이 사례에서 개당 원가 하락으로 계산한 이익 차이도 600만원이다. 같은 결과를 설명하는 두 방식이므로, ‘원가 개선’과 ‘재고 효과’를 따로 더하면 중복된다.

이 600만원을 원가 절감 실적으로 잡는 것은 무리다. 고정비 지출은 줄지 않았고, 200개를 더 만드는 데 변동비 1,200만원이 추가로 들었다. 숫자상 이익은 늘었지만 그만큼의 돈이 새로 남은 상황은 아니다.

다음 달에는 창고에 있는 제품부터 팔았다

다음 달 판매계획도 800개다. 이번에는 재고 200개를 먼저 팔기로 했다. 새로 만들 제품은 600개면 된다.

생산량이 줄어도 월 고정비 3,000만원은 발생한다. 여기에 전월 재고에 들어 있던 고정비 600만원이 제품 판매와 함께 비용으로 반영된다. 이번 달 손익에는 고정비가 합계 3,600만원 들어오는 셈이다.

그래서 이익은 계획보다 600만원 적다. 앞선 달에는 생산 증가가 성과처럼 보였는데, 재고를 줄인 달에는 실적이 나빠 보인다.

두 달을 나란히 놓으면 사정이 달라진다. 판매가격을 개당 15만원, 월 판매관리비를 1,000만원으로 두면 다음과 같다. 기초재고와 재공품은 없다고 가정했다.

FIGURE 02첫 달의 +600, 다음 달의 −600
구분매달 계획첫 달다음 달
생산량 (개)8001,000600
판매량 (개)800800800
기말재고 (개)02000
영업이익3,2003,8002,600
계획 대비—+600−600

금액: 만원. 매달 계획은 800개 생산·판매다. 두 달 합계 이익은 계획 6,400만원, 실제 6,400만원으로 같다. 두 달 동안 판매가격과 원가 조건은 일정하다.

계획대로 매달 800개를 생산해 팔았을 때나, 첫 달 1,000개를 만들고 다음 달 600개를 만들었을 때나 두 달 이익은 6,400만원으로 같다. 총생산량과 총판매량도 같다. 생산 시점만 달라져 월별 이익이 움직였다.

실제 사업에서는 판매가격이나 물량, 추가 가공비가 바뀌므로 두 달 손익이 이렇게 정확히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그래도 재고 증가로 당월에 남겨 둔 비용은 제품을 판매할 때 돌아온다. 다음 달 손익을 볼 때 빠뜨리기 쉬운 부분이다.

어느 달의 생산을 잘했다고 평가할 것인가

당월 이익만 평가에 사용하면 첫 달 생산을 늘린 결정에는 좋은 점수가 붙고, 다음 달 재고를 소진한 결정에는 나쁜 점수가 붙을 수 있다. 같은 재고의 앞뒤에서 평가가 엇갈리는 것이다.

이를 그대로 두면 생산계획을 줄이기 어려워진다. 판매전망은 낮아졌지만 생산을 줄이면 원가율이 올라가고 이익이 떨어진다. 재고가 이미 충분한데도 가동률과 손익 목표를 맞추기 위해 생산을 유지할 유인이 생긴다.

이때 원가 개선 실적에서 먼저 확인할 것은 재료 사용량, 작업시간, 불량률 같은 변화다. 같은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자원이 실제로 줄었는지 보면, 생산량이 늘어 고정비 부담이 분산된 부분과 구별할 수 있다.

재고를 줄이는 달에는 전월 재고에서 넘어온 원가를 함께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생산 조정 자체를 실패로 평가하지 않는다. 창고를 비우고 현금 부담을 낮춘 결정이 당월 이익만으로 불리해질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생산을 앞당기는 결정이 늘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음 달 정기보수가 잡혀 있거나 고객의 납기가 몰려 있다면 미리 만들어 두는 편이 낫다. 작은 주문마다 생산라인을 전환하는 것보다 한 번에 생산하는 편이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이런 결정에는 재고를 쌓을 이유가 있고, 그 재고를 팔 일정이 있다. 납기 대응이나 전환 비용 절감의 편익을 보관비와 자금 부담까지 포함해 평가할 수 있다. 당월 이익 600만원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그 판단을 대신할 수 없다.

보고서에는 무엇을 남길까

처음의 ‘생산 증가에 따른 원가 개선’이라는 문장에는 생산량과 단위원가가 담겨 있다. 여기에 팔리지 않은 제품과 소진 계획까지 들어가면 이익을 해석하기가 달라진다.

생산을 늘리면서 개당 평균 제조원가는 낮아졌다. 다만 판매량은 같았고, 고정비 600만원이 기말재고에 남아 이번 달 이익이 높아졌다. 다음 달에는 이 재고를 판매하고 생산량을 줄일 계획이므로, 이번 달 개선액을 그대로 이어서 반영하지 않았다.

재고가 늘어난 달의 이익은 정상적인 회계처리의 결과일 수 있다. 문제는 그 숫자를 반복 가능한 절감 성과로 해석하는 데 있다.

이 공장의 첫 달 실적을 평가하려면 다음 달 생산계획까지 읽어야 한다. 창고에 남은 200개를 누가 언제 살지, 그 물량을 팔고 나면 공장을 얼마나 돌릴지가 이번 달 이익의 지속성을 결정한다.

계산과 회계 메모

평균원가 9.75만원과 배부원가 9만원은 어떻게 다른가

본문의 평균 제조원가는 실제 발생액을 실제 생산량으로 나눈 관리 지표다. 800개 생산 시 총제조원가 7,800만원을 나누면 9.75만원, 1,000개 생산 시 9,000만원을 나누면 9만원이다.

재무회계의 고정제조간접비 배부에는 정상조업도를 고려한다. 이 사례는 정상조업도를 월 1,000개, 배부액을 개당 3만원으로 가정했다. 정상조업도는 정상적인 여건에서 평균적으로 기대하는 생산 수준이며, 설비의 최대 생산능력과 다르다.

800개 생산 시 제품에는 개당 9만원씩 총 7,200만원을 배부하고, 미배부 고정비 600만원은 당기 비용으로 처리한다. 전량 판매하므로 매출원가 합계는 7,800만원이다. 본문에서는 미배부액도 매출원가에 포함해 표시했다.

1,000개 생산 시에는 정상조업도와 같아 평균원가와 배부원가가 모두 9만원이다. 800개 판매원가 7,200만원, 재고 200개 원가 1,800만원으로 나뉜다. 다음 달 600개 생산 시 배부원가 5,400만원, 미배부액 1,200만원에 전월 재고원가 1,800만원을 합하면 매출원가는 8,400만원이다.

저조업 때문에 배부되지 않은 고정제조간접비는 당기 비용으로 처리하며, 비정상적인 고조업 시에는 재고가 실제 원가를 초과하지 않도록 단위당 배부액을 낮춘다. 관리상 평균을 모든 상황의 재고평가 단가로 그대로 사용하면 안 된다. 관련 기준: IAS 2 문단 12~13.

영업이익 3,200 · 3,800 · 2,600의 계산

가상 단일 제품 사례다. 매달 판매량 800개, 판매가격 15만원, 개당 변동제조원가 6만원, 월 고정제조간접비 3,000만원, 판매관리비 1,000만원으로 가정했다. 기초재고와 기말 재공품, 불량, 평가손실과 그 밖의 원가차이 조정은 없다.

계획: 매출 12,000 − 매출원가 7,800 − 판매관리비 1,000 = 영업이익 3,200만원.

첫 달: 매출 12,000 − 매출원가 7,200 − 판매관리비 1,000 = 영업이익 3,800만원.

다음 달: 매출 12,000 − 매출원가 8,400 − 판매관리비 1,000 = 영업이익 2,600만원.

생산량 변화 외의 조건을 같게 두었으므로, 같은 총수량을 생산·판매한 두 달 누적 이익은 6,400만원으로 일치한다.

첫 달에는 현금이 얼마나 더 필요한가

판매대금은 당월 회수하고 모든 비용도 당월 현금 지급한다고 가정한다. 이 계산의 고정제조비는 현금 지출 항목이며 감가상각을 제외했다. 원재료 구매와 투입은 같은 달에 이루어지고, 채권채무·원재료 재고 증감과 세금·투자·차입은 없다.

계획대로 생산하면 현금 순유입은 12,000 − 7,800 − 1,000 = 3,200만원이다. 1,000개를 생산한 첫 달은 12,000 − 9,000 − 1,000 = 2,000만원이다. 이익은 600만원 높지만 현금은 추가 생산의 변동비 1,200만원만큼 더 필요하다.

첫 달 이익 3,800만원에서 재고 증가액 1,800만원을 빼면 현금 순유입 2,000만원이 된다. 실제 회사에서는 비현금 비용과 채권채무 증감을 함께 조정한다.

제품 원가의 구성과 판매 시 비용 인식은 IFRS Foundation의 IAS 2 재고자산 개요를 참고했다. 수치는 설명을 위해 구성한 가상 사례다.